언론보도

“1600조원대 하늘길 잡자”… 기업들 ‘UAM 동맹’ 합종연횡 [심층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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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날짜 2021.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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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CES 미래모빌리티 비전 티저 이미지

2028년 4월30일 오후 6시, 2시간 뒤 인천국제공항에서 비행기를 타야 하는 현대차 제네시스사업부 A팀장은 퇴근길 꽉 막힌 도로를 내려다보면서도 여유를 부린다. 얼마 전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준공한 현대차그룹 신사옥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옥상에 도심항공모빌리티(UAM) 이착륙장이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UAM을 타면 인천공항까지 20분 남짓이면 도착한다. 요금은 11만원이 넘지만 교통체증 걱정 없이 이동할 수 있어 인기다.

◆정부, 이르면 2025년 여의도∼인천 UAM 상용화

공상과학 영화의 한 대목 같은 이 이야기는 머지않아 우리가 만나게 될 미래다. 정부는 2025년부터 UAM을 상용화하고 여의도에서 인천국제공항(약 40㎞) 기준 11만원의 요금을 책정하고 있다. 모범택시보다 다소 비싸지만 향후 자율비행이 시행되면 같은 거리당 요금은 2만원 수준으로 일반 택시보다 저렴해질 전망이다. UAM은 현재 도시 간, 국가 간 이동에 쓰이는 항공기나 헬기를 도심 내 이동에 활용할 수 있도록 소형화한 이동장비를 뜻한다. 크고 무거운 엔진 대신 모터를 장착해 조용하고 저렴한 대체 운송수단이 될 것으로 예측된다.

미래의 이동수단을 선점하기 위한 기업들의 합종연횡이 숨 가쁘게 진행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기계장비 기술 기반의 현대차를 중심으로 한 UAM동맹과 방위산업 기술 기반의 한화(한화시스템)를 중심으로 한 UAM동맹이 구축되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세계 UAM시장은 2030년 3200억달러(약 357조) 규모에서 2040년 1조5000억달러(약 1647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 탄탄한 자금력 바탕으로 UAM동맹 속도전

30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탄탄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UAM사업에 필요한 산·학·연 네트워크를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UAM 기체 개발을 추진 중이며, UAM 간 통신을 위해 KT와 손잡았다. 또 도심 곳곳에 설치될 UAM 이착륙장을 건설하고 운영하기 위한 준비로 현대건설과 인천국제공항공사와도 팀을 꾸렸다.

UAM 관련 기술과 표준 개발을 위해 항공안전기술원과 ‘국내 도심항공교통 산업 발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기술원은 민간항공기·공항·항행시설의 안전성과 성능 시험 및 인증, 결함 분석 및 항공기술의 개발과 표준화 등의 업무를 수행한다. 또 한국항공대와는 UAM 복합재 개발과 전문가 양성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현대차는 한국수출입은행과 ‘산업금융협력 프로그램 업무협약’을 맺고 2023년까지 미래 모빌리티 사업부문에 3조원의 금융지원도 확보한 상태다. 최근에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와도 협력을 추진 중이다.

현대차그룹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우버와 손잡고 미국 정보기술(IT)·가전박람회 ‘CES 2020’에서 개인용비행체(PAV) 콘셉트 모델 S-A1을 공개하기도 했다. 또 영국 모빌리티업체 어번에어포트와 영국 코번트리 지역 내 플라잉카 전용 공항인 에어원 건설에도 참여 중이다.

◆한화, 기존 방산기술 바탕으로 국내 선두 UAM동맹 효과

2019년 7월 국내 최초로 UAM 시장에 공식 진출을 선언한 한화그룹은 에어택시 등으로 활용할 수 있는 UAM 기체 ‘버터플라이’를 개발 중이다. 한화는 방산업계에서 쌓은 센서와 레이더 기술, 인공위성과 항공전자 기술을 활용해 현재 국내에서는 시제품 개발에 가장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화는 우선 계열사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과 손잡으며 항공 관련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또한 통신기술 협력에는 SK텔레콤과 함께 UAM 간 통신 네트워크 모델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또 국내 14개 공항을 총괄하는 한국공항공사와 협력해 UAM 이착륙장 구축과 운영, UAM 교통관리 분야 솔루션 개발을 한다는 계획이다. 기술 연구개발은 한국교통연구원이 맡는다.

한화시스템 관계자는 “틸트로터를 장착한 에어택시 기체의 시제기 제작을 내년부터 시작할 예정”이라며 “최적 속도 특허 기술을 기반으로 한 기체 상세 설계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한화시스템은 UAM과 관련한 투자 자금 마련을 위해 오는 6월 1조2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 중이다. 또 미국 에어택시 기체 전문기술을 갖춘 ‘오버에어’의 지분 30%를 인수해 UAM 원천기술 확보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국내외 UAM 전문가 채용경쟁

인재영입 경쟁도 치열한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항공우주국(NASA) 최고위직을 지낸 신재원 UAM 사업부장(사장)을 필두로 항공우주산업 스타트업 ‘오프너’의 최고경영자(CEO) 출신 벤 다이어친을 UAM 최고기술책임자(CTO)로 영입했다. 또 올해 주주총회에서 이지윤 카이스트(KAIST) 항공우주공학과 부교수를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UAM 분야에 대규모 신규채용을 잇달아 진행하며 국내 항공 관련 전문가들을 흡수하고 있다.

한화시스템도 항공기 엔진 제조사 영국 롤스로이스 출신의 김석균 상무를 영입해 UAM 사업을 맡겼다. 또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장남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이 직접 항공우주 전담 태스크포스 ‘스페이스 허브’의 팀장을 맡고, 계열사 내 항공 관련 인력들도 끌어왔다는 후문이다.

◆대기업 총수 직접 나서, UAM 사업 힘실어

UAM사업은 대기업 총수들이 직접 미래 먹거리로 선언하며 사업에 힘이 실리고 있다.

김승연 회장은 연초 신년사에서 “미래 모빌리티, 항공우주 등 신규 사업에도 세계를 상대로 미래 성장 기회를 선점해 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한화는 2026년을 UAM 도입 시기로 내다보고 있다. 한화는 김 사장이 항공·우주 분야를 직접 챙기며 최근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한화 특유의 돌파력과 뚝심이 어떤 성과를 낼지 시장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도 UAM을 현대차의 미래 사업 중 30%를 차지할 사업으로 지목하며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2020년 1월 CES 2020 개막 하루 전 정 회장은 UAM의 필요성을 강조했고, 같은 해 10월 현대차그룹 회장에 취임하면서도 “로보틱스, UAM, 스마트시티 같은 상상 속 미래 모습을 더욱 빠르게 현실화시켜 인류에게 한 차원 높은 삶의 경험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대기업 총수가 직접 나서 UAM 사업을 챙기는 만큼 두 기업이 머지않아 구체적인 성과를 낼 것으로 본다”며 “다만 UAM은 국내 시장보다 결국 글로벌 시장이 중요한 만큼 두 체제가 경쟁하기보다 배터리 개발이나 이착륙장 개발 등 필요한 분야에서는 서로 협력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주요 기체 개발사 상장·합병 준비 한창

해외에서는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분야의 핵심이 될 기체 개발 회사들의 상장 준비가 한창이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전기 ‘플라잉카’(수직이착륙기)를 개발 중인 미국 스타트업 조비에이비에이션(조비항공)은 스팩(기업인수목적회사)을 통한 우회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이때 기업 가치는 66억달러(약 7조3609억원) 수준으로 평가된다. 우버, 도요타, 인텔 등으로부터 투자를 받은 조비항공은 현재 최고속도 321㎞/h, 1회 충전으로 241㎞를 항속하며 소음이 거의 없는 항공기를 개발 중이다.

UAM 업계의 또 다른 기대주 아처항공도 미국 억만장자 투자자 켄 모엘리스가 지원하는 스팩과 합병을 예정하고 있다. 이 회사는 38억달러(약 4조2373억원)의 가치를 인정받았다. 이들은 미국 할리우드와 로스앤젤레스 간 이동경로를 가진 전기 수직이착륙 항공기 서비스를 계획하고 있다.

유럽에서는 영국 투자자가 지원하는 독일의 전기항공기 스타트업 릴리움이 스팩과 합병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 회사는 2019년 자신들이 개발 중인 최대시속 300㎞의 5인승 에어택시 ‘릴리움Z’를 시연해 당시 시속 100㎞까지 구현했다. 이 기체는 지상에서 조종사가 원격으로 항공기의 전기엔진을 조종하는 것이 특징이다.

업계에서는 이들이 상장을 통해 확보한 자금으로 기체 개발과 UAM 서비스에 나설 것으로 예상하지만, 한 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제품을 만들어야 하는 만큼 실제 상용화까지 성공할 수 있는 기업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조병욱 기자 brightw@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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